지금 나도 돈이 없어서 전세금을 못준다는 집주인
전세금 혹은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고 이사를 가야 할 사정이 생겨서 정당하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이사를 갈 것이라고 통보하는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상당히 짜증 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 나도 돈이 없어서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으므로 다른 세입자가 구해지면 그 세입자가 내는 보증금으로 전세금을 돌려받고 나가라”라는 말입니다.
일단 그러한 임대인은 당연하게 그러한 요구를 할 권리가 없고, 세입자도 그러한 요구에 따를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임차인은 집주인이 전세금을 안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기만을 기다릴 것입니다.
이후 다행히 세입자가 이사를 가야할 시기에 맞추어서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아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안 주면 임차인은 전세금도 못 돌려받고 이사도 못 가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진짜 돈이 없어서 못줄까? 주려는 의지는 있을까?
그런데 여러 사례들을 보면 정말로 돈이 없어서 전세금을 안돌려주는 집주인은 실제로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돌려줄 전세금이 1억 원이지만, 현재 건물의 시세가 8천만 원으로 떨어진 경우 전세의 시세도 그만큼 떨어져 7천만 원이라고 가정합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주인은 굳이 새 세입자를 구하고 싶으면 7천만 원에 전세를 내놓고 7천만 원의 보증금을 받아서 돌려준 후에 3천만 원은 자신이 스스로 메꾸어 돌려주어야 하지만, 절대로 그렇게 하기는 싫다면서 7천만 원짜리 집을 기어코 1억 원에 전세로 내놓고 버팁니다.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어떤 경우는 전세 시세가 낮아졌으니 낮아진 차액만큼의 전세금은 나중에 돈이 생기면 주겠다면서 일단 일부만 받고 나가라고도 합니다.
그나마 이런 경우는 상황이 조금은 나은 편입니다. 경매를 하더라도 아예 건질 부분이 없거나 대놓고 전세사기에 피해자가 되어서 사실상 방법이 없는 사례들이 수두룩합니다. 분명 그 이면에는 이전의 임대인이나 현재의 임대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장난을 친 부분이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런 임대인의 자식, 부모, 배우자 등은 집이 몇 채, 재산이 얼마, 무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등 사실이 알려진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의 재산은 별개의 재산이죠.
현실적인 세입자의 대책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언급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세입자가 미리 그러한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집을 구하는 단계인 사람은 그나마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곳과만 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약을 맺을 때는 반드시 전세보증보험 특약을 기입해 달라고 요청하고 ‘어떤 사유로든 전세보증보험에 가입이 불가한 경우 계약은 무효로 하고 계약금은 전액 반환받기로 한다.’와 같은 문구를 삽입합니다. 사실 이것만 하더라도 상당 부분은 안전한 곳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심사를 하는 과정 자체가 안정성을 어느 정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사를 가는 임차인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안주면 난감해질 수 있으므로 이사를 갈 집을 미리 구하고 계약금을 걸거나 하지 말고, 미리 임대인이게 계약해지 통보를 한 후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당히 많은 경우에서 다른 집을 계약해 놓고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문제가 생겨서 계약금을 날리는 손해를 보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계약해지를 하는 경우에는 추후 법적조치 등을 대비하여 반드시 증거를 남길 수 있는 문자메시지를 통한 대화나 통화녹취 혹은 내용증명 등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전세권 등기를 하지 않은 사람은 점유와 전입신고 중 하나라도 잃게 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라는 중요한 권리를 잃게 될 수 있으므로, 절대로 보증금 전액 돌려받기 전에 방을 빼버리거나 전입신고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아야 하며, 정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에는 임차권등기명령이라는 것을 완료하거나 그것이 부담스러우면 전입신고를 남겨둔 상태에서 집도 어느 정도 짐을 남겨두고 옮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