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의 대표적인 유형 및 수법
(1) 무자본 갭투자, 깡통전세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빌라왕’ 전세사기는 건축주나 건물 소유자, 임대인, 중개인, 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이 함께 짜고 세입자에게 집값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아 챙기는 방식이다.
보통 빌라 건축주들이 ‘분양을 일임하겠다’며 ‘동시 진행’ 중개인들에게 컨설팅을 하면서 시작되는데, 여기서 동시 진행이란 자기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맺은 다음, 임차인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빌라를 매입하는 수법이다.
이들 일당은 각자 매물 물색, 임차인 모집, 계약서 작성 등 역할을 분담해 전세·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매도인에게 분양·컨설팅 대가로 받은 수수료를 나눠 가진다. 예를 들어 빌라의 실매매가에 몇 천만 원을 추가한 보증금으로 유인해 전세를 계약하고 남는 돈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매도가 잘되지 않는 빌라를 쉽게 처분하길 원하는 소유자들이 관련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임대차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한 덕분에 자기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신축 빌라의 매매대금을 충당할 수 있는 것인데, 빌라 수백, 수천 채를 보유해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린 이들은 대체로 명의만 빌려준 ‘바지 임대인’이다.
2021년 제주에서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정 모 씨 배후에 있던 컨설팅 업체 대표와 분양업자(중개인) 등 사기 일당 78명이 벌인 수법도 다세대주택 628채를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매수한 것이었다.
이들이 분양·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수익은 8억 원에 달한다. 전세 시세는 수수료 금액을 포함해 부풀려졌고, 피해를 입은 임차인들은 이들이 전세보증금만으로 다세대주택을 매입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애초에 분양대금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한 탓에 전세 계약이 만료돼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세입자에게는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줄 것처럼 얘기했으나 알고 보니 처음부터 반환할 생각이 없었던 정황이 드러나 사기죄 성립이 가능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처럼 갭투자를 통해 의도적으로 깡통전세를 발생시키는 방법은 사실상 가장 흔한 전세사기 유형으로 볼 수 있다.
(2) 나도 모르게 바뀐 집주인, 빈털터리인 새 주인
조직적으로 이뤄진 전세사기 중에는 집주인이 임차 기간 중 바뀐 경우도 많다. 임차인이 아무리 계약 체결 직전까지 집주인의 권리관계 등을 꼼꼼히 확인해도 전세로 사는 도중 자기도 모르게 자금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집주인이 바뀌면 달리 방도가 없다.
현행법상 집주인이 바뀌는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려주거나, 매매 계약에 임차인을 참여시킬 의무가 없어서인데, 만약 작정하고 매매 사실을 숨긴다면 임차인은 집주인이 바뀐 걸 계약 만료·갱신 시점이 되어서야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이 국세를 체납하면 나라가 세금부터 우선 거둬들이다 보니, 임차인이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은 후순위로 밀리므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한 HUG를 통해 보증 이행 청구를 진행하더라도, 보증금 환급 시기는 차일피일 미뤄지는 문제도 있다.
뒤늦게 알고 보면 전 집주인은 분양대금보다 수천만 원이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 세입자를 받고 건물을 팔아넘기고, 새 집주인은 본인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건물 여러 채를 매수하고, 다시 매도해 버려 차액을 가져가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잔금일에 빌라를 하나씩 팔아넘기는 수법도 있는데, 이곳에 살던 임차인들도 새 집주인에게서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임대차보증금반환소송을 거쳐 살던 집을 직접 경매로 낙찰받는 수밖에 없는데, 집을 경매 기간 동안 임차인들은 전세보증금을 되찾지 못할까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건물 매도 시 임대인의 통지의무 내용을 마련한 표준임대차계약서 마련 등의 방법으로 제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 발생의 가능성이 많은 전세사기 유형이다.
(3) 계약자가 아닌 신탁회사가 집주인, 신탁부동산 사기
집주인이 전세 계약을 맺을 권한이 없으면서 이를 속이는 수법도 빈번하다. 실제 소유주가 아닌 사람이 소유주인 척 거짓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보증금을 챙기는 방식이다.
특히 전세사기가 신탁사를 낀 경우라면 더 골치 아픈데, 집주인은 신탁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도 하고, 전문가에게 관리를 맡겨 수익을 내기도 한다. 이렇듯 신탁등기가 된 집은 집주인이 아닌 신탁사가 소유권을 갖는다.
때문에 신탁사와 우선수익자(대부분 금융권) 동의 없이는 집주인이라 해도 마음대로 전세 계약을 맺을 수 없고, 만약 집주인이 이를 숨기거나 동의를 받은 척 거짓말을 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부동산의 실 소유자인 신탁사는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
이 경우 임차인은 사실상 소유주인 신탁사의 허락 없이 거주하는 ‘불법 점유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집을 비워야만 하고, 보증금도 돌려받을 수 없으며, 재산이 없는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강제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돈을 반환받기 어렵다. 신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신탁 원부 발급이 번거롭고 권리관계 파악이 까다로운 점을 악용한 수법인 것이다.
이 전세 계약은 대부분 특정 공인중개사를 통해 체결이 이뤄지는데, 임차인들은 신탁사 동의 없이 계약이 진행되었다며 집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제기당하고, 결국 임차인 대부분은 실질적으로 승산 없는 법적 다툼을 피하고자 방을 빼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전세금은 한 푼도 못 받고 나오게 된 것이다.
(4) ‘하루 차’ 대항력, 대항력 발생 전 건물을 담보 잡히는 수법
빌라뿐 아니라 아파트에서도 전세사기가 빈번하다. 매수자가 같은 날(계약 당일) 대부 업체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주택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법에서 자주 일어난다.
이는 계약 효력의 발생 시점인 대항력을 이용한 전세사기다. 대항력이란 집주인에게 계약 기간 보장을 요구하고, 이후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그 효력(대항력)은 ‘하루 뒤 0시’부터 발생한다. 반면 저당권 효력은 저당권 설정 등기가 이뤄지는 ‘즉시’ 발생한다.
집주인이 세입자가 이사하는 당일 저당권 등을 설정해버리면 임차인은 후순위로 밀려버린다는 뜻이다. F 씨가 계약 직전까지 등기부등본을 통해 근저당이 없음을 확인하고 계약 직후 바로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받았어도 소용이 없다.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되지 않으면 세입자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아무리 대항력을 취득하기 위한 전입신고와 점유를 서두르더라도 법적으로 하루가 지나야 대항력이 발생하므로, 이를 악용하는 전세사기가 상당히 많았다.
(5) 집 한 채를 여러 임차인과 다중 계약
부동산 계약은 집주인과 임차인이 직접 맺는 게 원칙이다. 다만 사정이 있는 경우 ‘대리인’이 대신 계약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리인이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하겠다 해놓고, 세입자와는 전세 계약을 맺은 후 보증금을 가로채기도 한다. 월셋집을 전세로 소개한 뒤 중간에서 전세금을 챙기는 것이다.
처음부터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노리고 집 한 채를 여러 임차인과 계약하는 수법도 있다. 해당 집에 임차인이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 전입세대 열람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이후에나 신청할 수 있다.
계약 전에는 타인의 임대차 사실을 서류상으로 확인할 방도가 없다는 맹점을 노린 것이다. 특히 중개인 없이 임대인과 직거래로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 이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 월세 세입자가 집주인 행세를 하며 다른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맺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전세사기의 발생원인
(1) 부동산 중개제도 및 관행의 허술함과 과도한 경쟁
현 부동산 중개제도 및 중개 관행의 허술함과 중개사무소의 과도한 경쟁이 전세사기 발생을 부추긴 면이 분명히 있다.
원래 부동산 중개인 제도는 부동산에 대한 비전문가인 임차인 등 중개의뢰인이 알지 못할 수도 있는 법률적 문제, 실무적 관행 등에 대한 조사와 조언을 통하여, 사고를 방지하도록 하는 전문가를 양산하고 그를 통해서 부동산거래를 하도록 한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를 위하여 중개사법 및 시행령 등에서는 공인중개사 시험제도 운영, 개성등록 기준의 마련, 광고 표시의 기준 마련, 중개대상물 확인의 범위 규정 등을 하였다.
그러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의 절대평가와 공급량 조절의 한계로 인해 수없이 많은 중개사무소가 양산되어 과도한 경쟁이 발생했다.
그 결과 거래를 하나라도 더 성사시켜 중개료를 받는 것에만 집중을 하는 중개인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중개대상물의 전세사기 발생 가능성을 포함한 법률적·실무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찾는 경우가 줄었으며, 설령 그러한 문제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치 물건의 판매자가 자신의 물건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을 피하는 것과 같은 행위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는 현 공인중개사 제도에서 인정되는 ‘중개보조인’ 제도로 인하여 가속화됐는데, 중개인이 전문성이 더욱 떨어지는 여럿의 중개보조인을 고용해서, 사실상 그들이 실질적인 중개인의 역할을 하는 등으로 사전에 쉽게 막을 수 있었던 전세사기조차 막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졌으며, 더 나아가 중개인과 중개보조인이 적극적으로 전세사기를 주도하거나 조력하는 일들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2) 부동산시세 폭등의 장기화로 인한 투자심리 자극
부동산 시세가 폭등하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집을 일단 사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팽배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매도인이 반환해야 할 전세금 채무를 이어받는 것으로 매매대금을 대신 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인, 이른바 ‘갭투자’가 유행처럼 번졌는데, 이는 사실 전세금 미반환 사태의 위험성을 인지하는 상태에서도 투자심리로 인하여 진행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전세사기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끌어모아 추가로 집들 매수하여 시세차익을 얻길 원하는 임대인들은 전세금을 받아 추가로 집을 구매하였고, 이 역시 갭투자로 인한 문제를 그대로 가졌다.
(3) 부동산 시세 폭락으로 인한 역전세 현상
앞서 부동산 시세 폭등으로 인한 과도한 투자가 계속되다가 갑작스럽게 부동산 시세가 반환해야 할 보증금의 액수보다 낮게 혹은 비슷하게 떨어지면, 임대인은 다른 곳에서 돈을 구해 반환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운 경우 임차인은 경매를 통해서도 반환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탓에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호소하는 사례가 대폭 늘어났다.
(4) 임차인 보호제도의 미비함
사실상 이러한 전세사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은 임차인 보호제도를 강화하는 것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으나, 국가 정책이나 법률을 다소 미비하게 구성되도록 방치를 한 측면이 있다.
이는 넓게 보면 정치적 이권과 기득권의 부의 가치가 부동산에 쏠리는 현상과도 상당히 관련이 깊다.
일단 대한민국 부의 가치가 상당 부분 부동산에 쏠려있고,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기득권으로 있는 상태에서, 그들의 재산권에 부득이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는 임차인 보호제도의 신설이나 강화는 정치적 영향력을 더 크게 줄 수 있거나 그들 자체인 기득권들의 반발을 사게 되므로, 정치권은 이를 의식하여 오랜 기간 ‘현 상태로의 제도대로 방치’ 전략을 선택한 측면이 있다.
전세사기에 따른 사회적 문제
(1) 전세제도의 축소에 따른 부의 양극화 자극
계속 늘어나는 전세사기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고, 집을 구하는 임차인들은 높은 금액의 전세금을 걸어놓는 전세계약을 꺼리게 되었으며, 부동산의 시세하락과 맞물려서 임대인들 또한 높은 전세금을 받는 전세계약을 피하면서 혹시라도 전세사기의 가해자로 지목이 될 가능성 등에 대비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전세제도의 축소로 이어져 실제 전세거래가 대폭 줄어들고 있는 상태에 있으며, 추후 전세제도 자체가 거의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물론 전세제도의 존재 자체가 전세사기를 양산한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전세제도가 문제없이 활용되기만 한다면 임차인은 전세금을 맡겨놓는 대신 매달 나가는 월세와 같은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이는 분명 경제학적 관점의 부의 분배 차원에서 이득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전세제도의 축소는 이와는 반대로 수입의 상당 부분을 거주지의 임대료에 납부하여야 되는 상황이 오는 탓에, 부의 양극화 현상을 가속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2) 국가재정의 낭비
전세사기로 인하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전세보증보험금으로 대신 지급하는 전세금이 한 달에 천억 원이 넘는 경우들이 있을 정도였다.
이는 사실상 국가의 재정으로 대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해를 메꾸어주는 것인데, 전세사기의 가해자나 임대인 등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며 회수 자체가 되지 않는 사례도 많은 탓에, 결과적으로 국가재정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3) 부동산 가치의 과평가로 인한 피해의 가능성
본질적으로 ‘사기’라는 것은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는 금액이 클수록 가해자들에게는 이득이 되는 구조이다.
그러한 탓에 실제 일어나는 전세사기 사건 중에서는 부동산의 가치를 실제보다 과도하게 책정하고, 더 많은 전세금을 끌어모아 전세사기를 범하는 사례들이 상당히 많다.
이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물론, 집을 구매하려는 매수인, 집을 빨리 매도하기를 원하는 매도인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형성으로 국민 모두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다.
전세사기로 인한 문제의 해결방법과 대책
(1) 중개인의 책임과 권한 강화 등 중개인 관련 법령의 개편과 권한 강화 등 중개인 관련 법령의 개편
중개인이 연관되는 전세사기는 중개사고에서 중개인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명확하게 하는 것과 중개인 관련 법령을 개편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개인이 임대인의 재산상태와 신용상태를 파악하여 중개의뢰인에게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도록 거래대상자에 대한 신용조사 절차를 마련하는 방법, 대항력 취득 절차의 중개인 진행과 대항력 효력 당일 발생 규정 마련, 보증금 미반환을 포함하여 중개사고 발생 시 중개인의 무과실 책임 인정이나 과실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방법이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중개사법 등에 전세사기에 대한 구체적 구성요건을 정하여 별도의 형사처벌 규정 마련, 고용이 가능한 중개보조인의 수를 필요한 최소한의 수만큼으로 규제하는 방법, 실질적으로 중개에 개입한 자들의 연대책임 규정, 공인중개사 자격증 대여나 보증금 반환 관련 사고의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을 별도로 마련하거나 임대차분쟁위원회에 수사권 부여를 하는 방법, 구체적으로 의무고지를 해야 하는 사항들을 더욱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방법, 중개인 공제보험의 금액과 보상범위를 현실적으로 확장하는 방법 등 여러 방법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 중개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절차의 간편화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들은 설령 형사고소나 손해배상청구소송, 보증금반환청구소송 등을 통하여 피해 만회를 시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적절차를 밟는 것은 시간과 비용 등의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사실 뚜렷한 대응 방향이나 사례도 기대처럼 풍부하지 않은 탓에 법령해석에 따라서 해결을 시도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고, 피해자들의 경제력이나 기타 여건에 따라서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밟지 못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세사기 발생 시 피해자가 신속하고 간편하게 책임이 있는 중개인, 임대인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제적 붕괴와 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방지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3)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형사처벌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책임을 단순히 민사적인 법률관계로 보지 않고,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강력하게 보아서 보증금 미반환 자체를 하나의 죄로 규정하여, 임대인이 강한 책임감을 가지도록 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책임의 범위와 예외적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보증금 공공관리제도의 마련
현 대한민국 법체계에서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면 임대인은 그 보증금을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보관하거나 다른 곳에 사용할 수가 있고, 계약만료일에 보증금을 돌려주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계약만료일이 되어 보증금을 반환해주는 시점에 임대인이 보증금을 사용하다가 어떠한 문제가 생겨 보증금을 돌려줄 상황이 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이 떠안게 되고, 전세사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세금 반환 분쟁에서 흔히 보이는 배경인 것도 사실이며, 임대인이 갭투자를 했다거나 목돈마련을 목적으로 높은 보증금을 받는 경우에 특히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증금 공공관리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데, 이는 임차임이 지급하는 보증금을 국가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다가 추후 임차인에게 바로 돌려주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며, 대신 임대인은 법정이자나 관련법에서 규정한 은행이자 등으로 임대료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 등이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독일의 민법은 주택의 임대차에 있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때에는 임대인은 수수한 보증금을 자기의 일반 재산과는 분리하여 별도로 이자가 발생하는 은행예금에 들어야 하며 이자는 임차인에게 귀속하고, 이자가 발생함으로써 보증금이 증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5) 보증금의 상한선을 규제
현행 법체계에서는 임대차계약 이후에 보증금의 증감을 제한하는 규정은 있지만 임대차계약 시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유롭게 협의를 해서 보증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에 본질적으로 많은 피해금액을 모아야 이득이 되는 사기범행의 특성상 높은 보증금을 설정해서 전세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전세사기의 실질적인 피해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보증금의 상한선을 법령으로 적절히 규제한다면 전세사기가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으며, 보증금을 많이 받은 후 그것을 투자에 사용하려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외국의 입법례 중 독일 민법을 샆펴보면, “주택의 임대차에서 임차인이 그 의무이행을 위하여 보증금을 지급하여야 할 때에는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월 차임의 3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임대차관계 개선을 위한 법률은 “주거용 건물 등의 보증금에 관하여 임차인의 임대차상의 의무이행을 보증하기 위하여 보증금을 정하는 경우 그 금액은 1개월의 차임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보증금에는 임차인을 위한 이자가 발생하지 아니하며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기간 동안 어떠한 변경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6) 보증보험 의무가입의 원칙화
자유롭게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던 과거와는 달리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주택임대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고, 보증보험 미가입에 따른 과태료 부과를 부과하는 등으로 보증보험 의무가입을 통하여 전세사기에 대한 대비가 강화되긴 하였다.
그러나 임대차계약 대상 건물에 선순위 압류나 가압류 또는 가처분 있는 경우, 임차인의 요구로 전세권이 설정된 경우, 세대별 분리가 되지 않고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담보금과 보증금이 주택가격의 60%보다 작거나 같은 경우 등과 같이 일정한 요건이 있으면 의무가입대상에서 제외가 되거나 일부만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 일정한 예외조항을 두는 것이 합리적인 측면도 있을 수 있겠으나,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의 고통과 사회적 파장 등을 생각하면 모든 임대차계약에 보증보험 의무가입을 원칙화시키고, 예외적인 경우는 최소한으로 두는 것이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계속해서 관련 법령개정 등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려는 국가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으므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
이처럼 전세사기 발생을 대폭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규제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면 즉각 활용하더라도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국과 국민 모두 장차 전세사기를 비롯한 보증금 사고에 대한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가지고 정책 설정에 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